시조사채널

 

때때로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예수가 이미 재림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부터 ‘내가 바로 재림 예수’라고 우기는 사람들이다. 흥미롭게도 이들 모두 성경 구절 일부를 발췌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곤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일부 교우가 이처럼 터무니없는 주장에 미혹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는 믿음이 필요 없다.’ 혹은 ‘예수께서는 그가 재림 때 믿음을 찾지 않는다.’라는 주장들도 이와 같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성경 구절이 바로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 18:8)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담고 있는 본 구절이다. 이들은 본 구절의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누가에 의해 우연히 삽입된 예수께서 별도로 하신 말씀으로 생각하여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 믿음을 보지 않겠다.’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본 구절이 정말 ‘예수 재림의 때에 믿음이 필요 없다’라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황당한 주장은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가르치는 많은 성경 구절(요 1:12; 3:16 등)과 조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수께서는 본 구절을 통해 “항상 기도하고 낙심하지 말아야 할”(눅 18:1) 믿음이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구절은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 세상에서 끈기 있게 기도하는 참믿음을 지닌 사람들을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울 것에 대한 한탄의 말씀이다. 즉 예수의 재림에 앞서 세상의 영적 상태가 믿음이 식어져 희박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재림 시에 진실한 믿음의 신자들이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탄식의 말씀이다. 이러한 사실은 다른 번역본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쉬운 성경』은 “그러나 인자가 올 때, 이 세상에서 이 믿음을 발견할 수 있겠느냐?”라고 번역하며, 『공동 번역 성서』는 “그렇지만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과연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라는 수사의문문으로 번역한다. 엘렌 화잇도 동일한 의미로 본 구절을 읽고 있다. “예수께서는 ‘인자의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 18:8)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하셨다. 우리가 본 바와 같이 그분은 세상의 상태가 노아의 때와 같을 것이라고 선언하신다. 바울은 끝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악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리라고 우리에게 경고한다”(부조, 103). 

예수께서 재림하시기 직전의 상황은 사람의 안목으로 볼 때 하나님의 백성은 죽음을 앞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주님께서 그들을 떠나가고 그들이 원수들의 수중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인지 두려워한다. 그것은 무서운 고뇌의 시기가 된다. 그들은 밤낮으로 하나님께 구원을 호소한다. 악한 자들은 기뻐 날뛰며 “이제 너희의 믿음이 어디 있느냐? 너희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어찌하여 하나님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서 건져내지 않으시느냐?”라고 조롱한다(쟁투, 630 참조).

결론적으로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라는 질문은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 믿음이 필요 없다.’ 혹은 ‘예수께서는 그가 재림의 때에 믿음을 찾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에 ‘예수 재림 때에 낙심하지 않는 믿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라는 의미를 강하게 전하는 수사의문문이다. 따라서 “믿음을 보겠느냐”라는 질문을 ‘믿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로 이해하는 것은 비이성적이며 동시에 비성경적이다. 본 구절은 ‘재림 때까지 끈질긴 기도의 믿음을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 ​지상훈 ​토론토 한인교회 담임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