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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장 8절은 기독교 역사에 걸쳐 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성경 말씀 중 하나이다. 특별히 신앙심이 깊고 선교열이 강한 한국 교회가 애송하는 선교 지향적인 성경절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떤 이들은 본 구절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읽는다. 특별히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을 상당히 편협하게 이해한다. 그들은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성령이 임하시기까지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성령의 임재로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오직 성령이 임하시기만을 맹목적으로 기다린다. 

본 구절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자의적인 해석를 피하기 위해 두 가지 사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그리스어 원문과 거의 모든 영어 성경에는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이 가정법(假定法)이 아니라 앞서 일어난 동작의 시간을 나타내는 분사 구문이다. 즉 우리말 성경은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if)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어 성경은 ‘임하실 때’(when)로 번역한다. 심지어 흠정역(KJV)은 ‘임하신 후에’(after)라고 번역한다. 본 구절을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이라는 조건절로 읽으면, 본문의 의미는 권능을 받고 증인이 되기 위해서 성령의 임하심이 먼저 있어야 하는 필수 조건이 된다. 즉 성령이 임하여야만 권능을 받고 증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본 구절을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실 때(혹은 후에)’를 의미하는 분사 구문(when)으로 읽으면, 본문의 의미는 ‘성령이 임하실 것인데 성령이 임하실 그때에 너희가 권능을 받게 될 것이고 내 증인이 될 것이다.’라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말씀이 된다. 

우리말 성경이 본 구절을 가정법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지금 하던 일을 멈추고 (심지어 증언하는 일도 멈추고) 먼저 성령을 받기를 간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성령이 임하셔야만 우리가 권능을 받고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교리를 만들기도 한다. 이것이 오순절파 계통의 교회가 만들어 낸 거짓 교리로서의 성령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대부분의 우리말 성경에는 그리스어 원문의 첫 단어인 ‘알라(αλλα)’를 ‘오직’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영어 번역에서 ‘그러나(but)’로 번역한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문맥을 고려하면 ‘알라(αλλα)’는 ‘그러나’로 번역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대조되는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말 성경이 자의적으로 ‘그러나(alla/알라)’를 ‘오직’으로 번역했다. ‘성령이 임하시면’을 강조한 것은 한국 교회의 입맛에는 아주 잘 맞을지 몰라도 예수님의 의도와는 다르므로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본 구절에서 강조하시는 것은 ‘성령’이 아니라 문장 전체의 주어와 동사인 “너희가…내 증인이 되리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번역의 ‘의도된’ 실수는 로마서 1장 17절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에서도 나타난다. 그리스어 원문에는 ‘오직’이라는 단어가 없이 단순히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이다. 그러나 우리말 성경에서는 하나같이 ‘오직’을 넣어서 ‘믿음으로’를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본 구절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 충만의 경험이 있을 것과 그 결과로 능력을 받을 것 그리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역할을 할 것을 말해 주는 말씀이다. 증인에게 필요한 권능이 성령이 임하실 때 주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이 성령이 임하실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말라거나 오직 성령이 임하시기만을 맹목적으로 기다리라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 ​지상훈​ 신학박사, 토론토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