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의 지뢰밭을 걷는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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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 가사
영어권에서는 ‘오픈 콘돔스타일(Open Condom
Style)’로 들리는데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말춤을 추면서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와 심장이 터져 버리는 사나이가 만나서 갈 때까지 가 보자(성관계)’는 자극적인 가사였다. 우리의 뇌는 이러한
류의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고 뮤직비디오에 노출될수록 ‘성은 재미있고 오락이며 갈 때까지 가는 것이’라고 무의식에 저장한다. 그 결과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영적 선물이자, 결혼 관계 안에서
아름답고 건강하게 구별된 거룩한 성적 가치가
퇴색되고 왜곡된다.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 환경 실태 조사’(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47.5%로, 초등학생 10명 중 4명은 이를 시청한다고 했다. ‘성 의식 실태 조사’에서도 97.7%가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본 적이 있으며, 처음 접한 시기는 초등 45.3%, 중등 52.7%로 나타났다. 즉 청소년들은 상업주의와 결탁된 음란물의
홍수에 어린 나이부터 노출된다. 이는 마치 우리의 자녀가 지뢰가 널려 있는 전쟁터를 무방비 상태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음란물을 접촉한 후에 일어나는 변화
음란물에 대한 심리적 의학 접근을 한 유타 대학 심리학과 빅터 클라인(Victor B. Cline) 교수는 음란물을 접하면 4단계의 반응 유형을 보이게 된다고 했다.
첫 단계는 호기심으로 음란물을 접하고 강한 자극을 받는다. 이후 청소년들은 그 장면이 자꾸 떠올려지는 연상 작용을 경험하면서 호기심에 다시 음란물을 찾는다.
둘째 단계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분시켰던 음란물도 자주 보면 싫증이 나서 좀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이며 파격적인 음란물을 찾는다.
셋째 단계는 음란물에서 설정된 장면이나 비정상적이고 비위생적이며 괴상한 형태의 성행위나 근친상간, 강간 등을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성이라고 받아들인다.
넷째 단계는 강한 성 충동을 자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음란물에서 본 가학적, 변태적인 성행위를 현실에서 모방하고 실행한다. 그 결과 성폭력이나 이상 성 행동으로 나타난다.
음란물 접촉이 청소년에게 위험한 이유
다수의 연구(뒤스부르크대, 라발대 등)에 의하면 주기적으로 음란물을 접촉한 사람은 약물 중독자의 뇌처럼 대뇌 피질이 쪼그라들면서 기억력 감퇴, 의지력 약화, 충동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판단력과 절제력이 감소하면서 조금만 힘들어도 회피하거나 포기한다. 또한 즉각적인 ‘보상’에 매달리게 되면서 보상이 바로 주어지지 않는 학업이나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끝까지 실행하기 어렵다. 더불어 뇌 손상을 넘어 폭력적 경향성이 나타난다(전남대).
연령이 낮을수록 음란물 접촉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했다. 음란물은 청소년의 건전한 정서와
올바른 가치관을 파괴할 뿐 아니라 이상 성적 행동이 나타나며 일탈의 원인이 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왜곡된 성 의식은 성인기의 건전한 가족
관계를 형성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되며, 정상적인
부부 성생활을 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음란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려면?
자녀가 음란물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가? 부모는 무척 놀라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자녀에게 화를 내며 비난하거나, 두려운 마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회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음란물은 성 충동이나 성욕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강한 성적 충동을 유발시키므로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한 후에 아래와 같이 즉각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
먼저 부모가 자녀와 진지한 대화를 하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갖는다. 대화의 기초는 잘 듣는 귀이다. 화를 내거나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자녀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라. 그리고 난 후 자녀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 예를 들자면 “음란물을 보고 나면 너는 어떤 생각이 드니?”, “어떨 때 음란물에 대한 강한 유혹이 드니?”, “그 웹툰에서 보여 준 주인공의 성 행동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나중에 너의 배우자가 될 사람이 비정상적인 성적 태도를 가졌다면?” 등과 같은 질문을 통해 자녀를 정죄하고 비난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녀 스스로가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공감하며 대화한다.
물론 한 번의 대화로 자녀의 행동이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이때 부모가 실망하여 화를 내거나
자녀와 다투는 대신에 나쁜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공감해 주고,
그동안 변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해
격려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변화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해 인내를 가지고 대화하고 자녀가 극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약속한다. 혹 자녀가 이미 심각하게 중독된 경우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서로 인격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성에 대해 자녀와 주기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모델 학습이 된다. 부모들도 음란물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가족이 함께 사탄의 작품인 음란물의 공격을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족회의를 하는 것도 좋다. 부모가 일방적인
규칙을 정해서 강요하기보다 음란물 사이트 차단이나 인터넷 사용 시간 정하기, PC 설치 장소
등 인터넷 사용에 대한 규칙들을 협의하여 정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운동이나 음악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유해 환경을 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죄가 문 앞에 엎드려 있(창 4:7)는 것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 우리 삶
속에 스며든 미디어의 구석구석마다 음란물들이 숨을 죽이고 도사리고 있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음란물의 선정적이고 쾌락적인 성을 제대로
걸러 낼 수 있는 식별력(미디어 리터러시)과 그것들과 싸울 수 있는 능력, 건강한 성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줘야 한다. 자녀의 올바른 성적
가치관을 위한 부모의 수많은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음란물 중독 자가 진단 테스트>
(해당 사항 1~8개: 저위험, 9~19개: 위험, 병원 치료 권유, 20개 이상: 고위험)
1. 즐겨찾기를 해 놓은 음란물 사이트가 있다.
2. 주 5시간 이상 본다.
3. 다운 받기 위해 가입한 사이트가 있다.
4. 유료로 자료를 다운 받는다.
5. 인터넷 검색으로 음란 자료를 검색한다.
6. 동영상 구입에 돈을 많이 쓴다.
7. 가끔씩 음란물 때문에 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8. 음란한 채팅을 한다.
9. 온라인에서 선정적인 대화명, 별명을 사용한다.
10.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한다.
11. 집이 아닌 장소에서 음란 사이트에 접속한다.
12. 음란물 보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13.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것을 숨긴다.
14. 자정 넘어까지 음란물을 보느라 깨어 있다.
15. 변태적인 성행위 정보를 얻으려 인터넷에 접속한다.
16. 음란물을 모아 놓은 나만의 사이트가 있다.
17. 보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18.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사이버 섹스를 하기도 한다.
19. 음란물을 볼 수 없으면 초조해지거나 우울해진다.
20.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나는 행동이 늘고 있다.
21. 스스로를 통제하려 한 적이 있다.
22. 온라인 친구와 연애할 목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23.온라인에서 성적 농담을 주고받는다.
24. 인터넷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접해 본 적이 있다.
25. 스스로를 음란물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국제트라우마중독전문연구소)
- 안재순 상담심리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