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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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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과 브레이크

​우리말 표현 가운데 ‘욕(慾)’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인다. 물론 ‘의욕’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할 때도 ‘욕(欲)’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욕심’이나 ‘탐욕’, ‘욕정’이나 ‘욕망’처럼 말이다. 사실 한자어인 ‘욕(欲)’은 그 뜻이 ‘하고자 할 욕(欲)’이듯이 본뜻은 삶의 동력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한자어 의미대로 무언가 ‘하고자 할 욕’, 즉 의욕(意欲)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에게 의욕이 없다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무언가 하고자 할 의욕이 있는데 몸이 허약한 사람은 자신의 뜻을 이루기가 매우 어려워 쉽게 좌절하고 만다. 어떤 이들은 경제적으로 너무 가난해서 큰 뜻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당장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의욕이나 욕구는 마치 자동차의 엔진과도 같아서 우리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동력을 준다. 자동차에는 엔진뿐 아니라 반드시 제동 장치인 브레이크가 있어야 한다. 자동차에 브레이크가 없다면 매우 위험하다. 마치 자동차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자동차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엔진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며, 이런 장치들이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역시 의욕(엔진)과 절제(브레이크)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제 역할을 해야만 우리 삶에 진정한 평안을 누릴 수 있다. 



흥청망청

조선 성종의 아들 연산군은 사치가 심했고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그의 패륜적인 행위가 『조선왕조실록』의 『연산군일기』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경회루에서 매일 유흥을 즐기기만 하던 연산군은 연산군 10년(1504년)에 전국에서 빼어나게 아름다운 기생을 선발해 올리라며 채홍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채홍사는 조선 팔도에 파견되어 각 고을의 기생부터 양반집 부녀자까지 강제로 한양으로 데려와 ‘운평(運平)’이라는 가무 기생으로 선발했다. 운평을 대상으로 하여 다시 선발 과정을 거쳐 궁궐로 들여온 기생을 ‘흥청(興淸)’이라고 불렀다. 연산군은 자신이 무릎을 꿇고 말이 되어 흥청을 태우며 기어다니거나 기녀들의 등에 올라타는 등 방탕한 생활을 즐기다 결국 중종반정으로 인해 왕위에서 쫓겨났다. 백성은 흥청이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며 ‘흥청망국’이라고 부르다가 흥청의 ‘청’과 운율상 대조를 이루기 위해 무분별하게 돈을 낭비하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태도를 일컬어 ‘흥청망청한다’고 빈정거리며 말했다. 왕이라는 절대 권력자가 자기의 감정과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면 오래지 않아 파멸에 이르고 만다. 살다 보면 화가 날 때도 있지만 화를 다스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역시 살다 보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고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이때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다스리는 힘, 즉 자제력을 갖고 삶의 모든 일들을 직면해야 한다. 자제력을 잃으면 타인에게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하고, 술이나 담배, 컴퓨터 게임 중독, 음란물 중독 등에 빠지기도 쉽다. 게다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 범죄나 살인 등은 이성을 잃거나 자제력을 잃은 상태에서 저질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름다운 컨트롤

​‘통제’라는 단어의 어감이 불편하게 들릴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통제, 제어 혹은 절제는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 주고 보호해 준다. 시속 1,000km는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수백 톤의 무게에 달하는 항공기가 조종사의 컨트롤에 따라 시속 1,000km 이상의 속도로 하늘을 날고,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도 조종사의 아름다운 컨트롤 때문이다. 기차가 수백 명의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까닭도 열차 승무원이 이를 수시로 조종하고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열차 승무원은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를 조종하며 매 순간 돌발 상황이나 위험 요소들을 점검하고 확인한다. 그가 언제든지 기차를 멈추거나 통제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운행하기 때문에 모든 승객은 안전하게 목적지에 이른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며, 운전자의 컨트롤 아래 운행할 때 안전하다. 간혹 기계적인 결함에 의해 급발진 사고와 같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소용이 없는 상황을 맞아 큰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가정집에도 주로 거실에 보일러 컨트롤러(조절기)가 있어서 작은 스위치로 집 안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이처럼 비록 크기는 작지만 컨트롤러의 역할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요긴한지 모른다. 최근의 일이다. 텔레비전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리려는데 TV 리모컨이 오작동을 일으켰다. TV 리모컨은 ‘텔레비전 리모트 컨트롤러(Television Remote Controller)’의 약자이며 TV, 즉 텔레비전을 원격으로(remote) 통제하는 작은 기구이다. 그날따라 채널을 올리는 버튼을 눌렀는데 채널이 내려가고, 볼륨을 줄이려고 아래로 향하는 버튼을 눌렀는데 오히려 엉뚱하게도 소리가 커져서 난감했다. 손안에서 리모컨이 언제나 잘 컨트롤 되어서 편안하게 텔레비전을 시청해 왔는데, TV 리모컨이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으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결국 TV 리모컨을 새것으로 교체해야만 했다. 



아땅 교육

​컨트롤이 되는 것, 통제가 되는 일은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음식을 먹는 일에 절제하지 않으면 폭식증이나 거식증 같은 섭식 장애를 일으키게 되고, 결국 건강을 해친다. 감정을 조절하는 일, 감정을 컨트롤하는 일에 실패하면 분노 조절 장애를 일으키거나 충동성, 예측 불허성, 불안 장애, 불안정한 대인 관계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프랑스 엄마들의 자녀 교육 방법 가운데 하나인 “아땅(Attends!)” 교육은 자녀들이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욕구를 억제하는 힘을 갖도록 하는 일종의 자제력을 키우는 훈련 방법이다. 가령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 갔는데, 음식이 나오기까지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식당 내부의 이곳저곳을 다니려고 할 때 아이들에게 “이러면 안 돼!”, “자리에 앉아!”, “이리 와!” 등등의 다양한 표현들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아땅!(기다려!)”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까지 얌전하게 기다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느끼게 되는 좌절감을 걱정하는 대신 자제력을 기르며 규칙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가르치려는 부모들의 의도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작가 짐 론(Jim Rohn)은 “인생에서 둘 중 한 가지는 반드시 겪게 된다. 자제하며 생기는 고통 또는 자제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고통.” 살면서 어떤 고통을 겪을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출처: 『자제력 수업』, 포레스트북스). 하늘을 높이 나는 연은 연줄 때문에 더 높이 날고 싶어도 날지 못하는 걸까? 아니다. 연은 연줄이 제어하는 힘으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창공을 누빈다. 만약 연줄이 끊어져 버리면 잠깐의 자유로운 활공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내 곤두박질치며 추락하고 만다. 결국 삶을 붙들어 주는 통제와 절제, 제어 그리고 자제력 등이 우리로 훨씬 더 자유롭고 안전하며, 풍성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래서 사도 바울은 승자의 삶을 바라는 우리에게 일찍이 이런 충고를 전했다.



"이기기를 다투는 자마다 모든 일에 절제한다"

(고린도전서 9장 25절)


- 박재만 시조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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