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사채널

방문하다 보면 꼭 목사가 기도해 주기를 요청하는 신자들을 만나곤 한다. 심지어 여러 집사와 장로들이 방문하여 기도한다고 해도 반드시 목사가 기도해 주기를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와 요청은 본 구절(약 5:16)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의인[목사]의 간구[기도]는 역사하는[응답받는] 힘이 크다고 믿는다. 즉 목사는 의인 혹은 적어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의롭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사가 기도하면 응답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오해(誤解)로 발생하는 더 치명적인 신학적인 오류(誤謬)는 ‘기도의 응답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의인이 되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의로움이 기도 응답의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가르침이다. 

본 구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 우리는 먼저 문맥(약 5:13~18)을 살펴보아야 한다. 문맥 가운데 나타난 야고보의 주된 주제는 ‘기도는 효과가 있다.’라는 것이다. 그는 “너희 중에 고난 당한 자가 있느냐”(약 5:16)고 묻는다. 그러고는 곧 “그는 기도할 것이요”(약 5:16)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그는 “즐거워하는 자가 있느냐”고 묻고 “그는 찬송(감사의 기도)할지라”고 명한다. 또 “병든 자가 있느냐”라고 묻는다. 그리고 동일하게 “그를 위하여 기도할지니라”(약 5:14)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주께서 그를 일으키시리라”(약 5:15)라고 야고보는 확증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서로 고백하며…서로 기도하라”(약 5:16)고 그는 권면한다. 그러면 “모두 온전해질 것입니다”(약 5:16, 공동번역)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야고보는 왜 기도하라고 권면하는가? 왜 기도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는가?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응답하시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신 가운데서 야고보는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큼이니라”라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본 구절을 읽을 때 ‘기도는 역사하는 힘이 크다.’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의인”의 간구(기도)에 관심을 쏟는 것은 야고보의 의도를 벗어난 것이다. 야고보의 초점은 기도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되는가가 아니라 기도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대한 강조에 있다.

이러한 사실은 본 구절 이후에 나타난 야고보의 예증으로 분명해진다. 야고보는 엘리야의 기도 응답을 예증으로 사용한다. 엘리야의 기도는 “삼 년 육 개월 동안 땅에 비가 오지 아니” 하게 했고, 다시 기도하여 “하늘이 비를 주”게 하였다(약 5:17~18). 이렇게 엄청난 기도의 효과를 만들어 낸 엘리야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의인’이었는가? 아니면 ‘보통 사람’이었는가? 야고보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 기도를 드린 엘리야를 이렇게 소개한다. “엘리야는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이로되”(약 5:17). 따라서 야고보에 의하면 엘리야는 우리보다 더 ‘의로운 사람’이라기 보다는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엘리야는 열렬히 기도했고, 하나님은 그의 기도를 들으셨다. 엘리야는 비범한(extraordinary) 사람으로서 기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ordinary) 사람이지만 기도했다. 야고보는 우리가 엘리야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엘리야처럼 (열렬히) 기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도가 응답받는 이유는 기도드리는 우리의 의로움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이 의로우시기 때문이다. 기도가 효과 있는 이유는 우리의 의로움 때문이 아니라 기도를 듣고 응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의로움 때문이다. 기도가 효과적인 이유는 기도하는 사람이 위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기도를 듣고 응답하시는 하나님이 위대하시기 때문이다.

- ​지상훈 ​신학박사, 토론토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