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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레네 시몬은 억지로 십자가를 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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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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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사의 설교 가운데 등장하는 본 구절에 대한 이해와 적용이다. “구레네 시몬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누구도 십자가를 지길 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구레네 시몬은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대신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구레네 시몬이 ‘억지로’ 진 십자가였지만 이것이 계기가 되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습니다.” 시몬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 것인가? 하나님의 사업은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신앙생활은 ‘억지로’라도 하기만 하면 상급이 따르는가? 

먼저 우리는 “억지로”의 주어는 시몬이 아니라 “총독의 군병들”(27절)인 것을 주목해야 한다. 본 구절을 문맥 안에서 자세히 읽어 보면 시몬이 “억지로” 십자가를 진 것이라기보다는 “총독의 군병들”이 시몬에게 십자가를 “억지로” 지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구레나 사람 시몬이 “억지로”(싫지만 어쩔 수 없이 혹은 거부할 수 없어서 혹은 전혀 원하지도 않는데)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대신에 “총독의 군병들이”(마 27:27) 예루살렘 성문을 “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매 그에게 예수의 십자가를 억지로(강제로 차출해서 혹은 그를 징발하여) 지워 가게”(마 27:32) 하였다는 말이다. 엘렌 화잇은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분을 박해하는 자들은 그분께서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더 이상 가실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굴욕적인 짐을 지고 갈 누군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구레네 시몬이 반대편에서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그 사람을 붙잡아서 갈보리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습니다”(인류의 빛, 139). 

이에 더하여 엘렌 화잇은 “총독의 군병들이” 왜 시몬을 “억지로” 차출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고 있다. “그때 시골에서 올라오던 이방인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군중과 마주친다. 그는 군중이 퍼붓는 욕설과 조소를 듣는다. 그는 멸시하는 말투로 유대인의 왕을 위하여 길을 비키라고 외치는 소리를 여러 번 듣는다. 그는 이러한 광경을 보고 몹시 놀라서 발길을 멈춘다. 그가 그분을 측은히 여기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잡아서 어깨에 십자가를 지운다”(소망, 742).

다음으로 시몬이 무슨 이유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골고다로 향하는 길에 있었는가를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구레네 출신인 시몬이 예루살렘에 있었던 이유는 유월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도 다른 신실한 유대인들과 같이 메시아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시몬이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막 15:21)라고 소개된 점으로 미루어 그는 이미 예수님에 대하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을 엘렌 화잇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시몬은 예수님의 소문을 들었다. 그의 아들들은 구주를 믿는 자들이었으나 그 자신은 그분의 제자가 아니었다. 갈보리까지 십자가를 지고 간 것이 시몬에게는 큰 축복이 되었다. 그는 그때 이후로 그 같은 섭리를 항상 감사히 여겼다. 그것은 그로 하여금 자진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고 항상 즐거움으로 그 십자가 아래 서게 하였다”(소망, 742).

결론적으로 본 구절은 시몬이 원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군병들이 시몬이 예수를 측은히 여기는 것을 보고 억지로 시몬을 차출했다는 말이다. 시몬은 아무런 원망과 불평 없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했을 뿐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한 그 경험이 그의 연약한 믿음을 크게 성장케 하였고 그의 믿음을 강하게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시몬은 ‘억지로’ 십자가를 진 것이 아니라 ‘부지중(不知中)’에 십자가를 지는 복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 지상훈 신학박사, 토론토교회 담임목사,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학교 신학 교수 및 예언의 신 연구원 원장 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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