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되는 성경 구절 (73) 요한복음 17장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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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7장은 일명 “예수의 대제사장으로서의 중보 기도”를 담고 있다. 이 기도는 기록된 예수의 기도 가운데 가장 길다. 이 기도를 시작하면서 예수는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3절)이라고 천명한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본 구절을 예수의 신성을 배격하는 데 사용한다. 즉 예수께서 아버지 하나님을 “유일하신 참하나님”이라고 인정하셨다는 사실은 예수께서 그분 자신의 신성을 부정한 것이라 이해한다. 더 나아가 만약 예수에게 신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성은 아버지 하나님의 ‘유일하신 참된’ 신성과는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과연 예수께서 본 구절을 통하여 자신의 신성을 부정하거나 아버지 하나님의 신성보다는 열등한 것으로 말씀하시는가? 예수께서 본 구절을 통하여 분명하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수께서 ‘대제사장으로서의 중보 기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선언하신 것은 사람들이 우상과 기타 거짓 신을 버리고 “유일하신 참하나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자신의 신성 혹은 자신의 신성과 아버지의 신성과의 비교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오히려 본 구절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읽어 보면 영생은 “유일하신 참하나님”을 아는 것과 그분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 모두를 요구한다.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간파한 어느 신학자는 이렇게 분명하게 말한다. “예수께서 아버지를 유일하신 참(헬라어 ‘알레시노스’, ‘진짜’)하나님으로 말씀하신 것은 아버지를 아들과 비교하기 위함이 아니라 신이라고 주장하는 다른 존재들 곧 거짓 신들과 대조하기 위함이다. 사실상 예수께서는 여기에서 아버지와 자신을 매우 밀접하게 연결시킨다. 영생은 아버지를 아는 것뿐 아니라 그분이 보내신 자 곧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기도 하다”(Erickson, Christian Theology, 714).
또 요한복음은 예수의 완전한 신성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장 1절은 “이 말씀(예수 그리스도)은 곧 하나님이시니라”고 말하고, 5장 18절은 예수께서 “하나님을 자기의 친아버지라 하여 자기를 하나님과 동등으로 삼으심이러라”고 말한다. 또 8장 58절에서는 예수께서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스스로] 있느니라”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하나님과 동등한 신적 존재로 말했다. 이런 예수의 언행(言行)은 유대인들의 공분을 샀는데, 10장 33절은 예수께서 “자칭 하나님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당시 유대인들이 이를 ‘신성 모독’으로 간주하여 예수를 돌로 치려고 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예수께서 만약 본 구절에서 아버지 하나님만을 “유일하신 참하나님”이라고 가르치고자 주장한다면 그것은 요한복음에서 볼 수 있는 예수의 가르침(예수와 아버지 하나님이 동동함)과는 전혀 조화가 되지 않는다. 덧붙여 아버지 하나님은 “유일하신 참하나님”이고 예수는 하나님이 “보내신 자” 즉 아버지 하나님보다는 열등한 존재라면 예수는 거짓 신(하나님)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본 구절을 근거로 예수께서 자신의 신성을 부정하거나 아버지 하나님의 신성이 예수의 신성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본 구절은 예수의 신성과 아버지 하나님의 신성을 비교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다. 더욱이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거나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소망하는 영생은 “유일하신 참하나님”과 보내심을 받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에 근거함을 가르친다.
- 지상훈 토론토 한인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