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청춘] 방학 맞아 병원서 봉사한 재미교포 이채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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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7.3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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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서울병원 국제진료실서 구슬땀 ... “마음까지 보듬는 의사가 꿈”
지난 26일 오후, 삼육서울병원 본관 1층의 국제진료실. 여권과 서류를 손에 든 한 외국인이 출입문에 들어서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May I help you?”
단정하게 조끼를 차려입고 다가와 상냥하고 친절하게 안내를 돕는 봉사자는 이채린 양이다. 미국 미시간주 세인트조셉에 사는 이 양은 재림교인 재미교포 2세다. 오는 9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엄마, 동생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가 삼육서울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국제진료실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으로 이민이나 국제결혼, 유학,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비자건강검진을 받는 곳이다. 신체검사신청서 등 관련 문서를 작성하고, 정해진 절차를 밟아 검진을 받는다.
이 양은 이곳에 매일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외국인을 안내하거나 간호사들의 업무를 도왔다. 이날도 비자신체검사를 받기위해 병원을 방문했던 외국인이 그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검사를 받고 돌아갈 수 있었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무더위에도 그의 얼굴에선 해맑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낯선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업무인데도 무척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해요. 처음에는 의학용어가 어려워서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친절하게 잘 알려주셔서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평소에도 새로운 일을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마침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감사해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고 보람 있습니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이 양이 병원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건 엄마의 권유에서. 엄마는 어려서부터 의료선교에 관심을 보인 딸에게 병원에서 봉사해 볼 것을 추천했다. 마침 이번에 병원과 연락이 닿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방학 동안 놀고 싶기도 하고, 여기저기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을 텐데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은근슬쩍 마음을 떠보았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어차피 너무 더워서 밖에 나갈 수도 없어요. 한국에 와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 병원에서 이런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뜻 깊어요. 선생님들께서 저를 마치 친딸처럼 대해 주시고,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하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이 양을 곁에서 지켜본 직원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감동을 받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한 담당 간호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학생이 어디 있나. 정말 착하고, 기특하다. 일도 잘해서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훌륭한 의료인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채린 양의 장래희망은 의사다. 환자의 보이는 상처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 돌볼 수 있는 전인적 의료인이 되고 싶다. 이번에 봉사활동을 하며 그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선 것 같아 의미 있다. 병원의 시스템과 체계화된 업무를 가까이에서 실제적으로 볼 수 있었던 점도 유익하다. 사람을 도우며 행복해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적성과도 잘 맞는 거 같다고 느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꼭 목표를 이루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정들자 이별’이라더니 벌써 떠나야 할 시간이다. 이 양은 한 달반 동안의 체류를 마치고 오는 8월 6일 가족과 함께 출국한다. 그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그사이 듬뿍 정이 든 선생님들이 보고 싶을 거라며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단다. 언젠가 다시 만날 때는 하얀 의사가운을 입고 있을 그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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