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종교자유와 기회평등 위한 모임’ 강기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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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2.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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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안식일 시험’ 대법원 승소, 그렇다면 학교 밖 문제는?
- 우리는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라’는 누가복음 11장 말씀을 참 좋아합니다. 저도 예전에 종교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늘 마음속에 붙들었던 성경구절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구하라’ ‘찾으라’라고 하셨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기도만 하거나 성경만 보거나 말씀만 들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런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거나 이뤄지는 게 아니죠. 말씀을 믿으면,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욥기 38장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네가 암사자를 위하여 식물을 사냥하겠느냐 젊은 사자의 식량을 채우겠느냐’(39절) ‘까마귀 새끼가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으며 먹을 것이 없어서 오락가락 할 때에 그것을 위하여 먹을 것을 예비하는 자가 누구냐’(41절)
하물며 동물들도 부르짖을 때 하나님께서 먹을 것을 마련하시고 보호하신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들도 먹을 걸 구합니다. 즉, 행동하는 겁니다. 우리 역시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걸 이번 기회에 배웠습니다.
에스더가 자기 백성을 위해 기도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잖습니까. 죽음을 각오하고 왕 앞으로 나아갔죠. 믿음을 갖고 행동으로 옮긴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불의가 아니라면, 그리고 하나님의 권능을 믿는다면, 적극적으로 구하고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화잇 선지자도 예언의 신에서 이런 부분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만히 하늘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찾아보고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면 결실을 주신다는 소중한 신앙적 교훈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 대법원 승소 판결을 얻어냈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 사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게 산적해 있습니다. 요인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서 복잡합니다.
이번 소송의 경우 좁은 의미에서 볼 때 한지만 군이 학내에서 안식일이 아닌, 다른 날에 추가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학교 측이 편의제도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재판부가 내린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거나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 ‘재림교인은 골치 아프니까 아예 처음부터 배제해야겠다’는 학교가 단 한 곳이라도 있어서 입학시험을 토요일에 치른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부담과 문제를 안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히 학내에서의 시험 장면에만 국한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현행 대학입시 과정에서 수시모집은 많은 학교가 토요일에 시험을 치릅니다. 이 때문에 재림교인 응시자들이 매우 불리한 입장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받은 판결이 광의의 범위에서 특히 교육 분야에 있어서는 종교와 상관없이 기회의 평등을 이뤄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할 것입니다. 토요일에 시험을 볼 수 없는 현실 자체가 차별이라는 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대체시험 등 편의제도를 실행한다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 입시에 있어서도 배제되는 간접차별이 없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특정 종교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우리 헌법에 비춰볼 때 당연한 모습이라는 걸 주지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성도들이 함께 노력하길 바랍니다.
▲ 그 연장선에서 각종 자격시험의 토요일 시행 등 제도변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게 제일 어렵기도 합니다. 대의적인 부분에서 기회의 평등에 있어 어느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 확실하게 인지합니다.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국가적으로 그렇게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그에 드는 경제적 비용이나 인력 등 난제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쉽게 시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부분에 있어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서라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기회의 평등에 있어서는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재림교인이나 종교인에게만 국한해 적용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라도 동일하게 적용받을 수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인권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입니다. 궁극적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직 의사가 종교자유에 팔 걷은 이유? ... “동병상련”
인터뷰를 마치며 ‘현업으로 바쁜 의사가 왜 굳이 이 일에 이렇게 팔을 걷고 나서냐’고 물었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동병상련”이라고 했다. 그 역시 과거 의과대학 재학 시절 안식일 준수 문제로 유급을 당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재림교인이라면 안식일 때문에 세상에서 고난을 겪는 게 익숙하죠. 어쩌면 숙명과도 같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섭리의 손길로 인도하시는 걸 저 또한 많이 느꼈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미국에서의 경험이 큰 자극이 됐다.
“의대나 로스쿨 입학시험에서 응시자용 자료집에 ‘토요일에 시험을 치를 건지’ ‘일요일에 시험을 치를 건지’ 선택하는 공문이 첨부돼 있는 걸 봤습니다. 안식일을 지키는 사람은 목사님 인증사인만 있으면 일요일에 따로 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나중에 그게 인권문제라는 걸 깨달았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대체시험이 제도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 그는 이후 혼자 법전을 찾아보며 관련 법을 스스로 공부했다.
그러다 지난 2012년 국가 주관 자격증시험이 안식일에 배정되면서 많은 재림교인이 어려움을 겪자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각종 국가고시와 자격시험이 토요일에 치러지는 추세가 부쩍 늘었고, 재림교인의 피해사례는 그만큼 증가했다.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계 기관을 향해 계속 탄원을 제기했다. 요구는 번번이 거절됐지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 SDA의사회 회원 등 학창 시절 안식일 준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동료 의사와 지인들이 여기저기서 힘을 모아줬다. 그러다 2015년 1월 전문의 시험을 당초 공고됐던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일자를 변경하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며,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그때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과 함께 ‘이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다’ ‘전문의 시험만 해결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며 어려움을 겪는 다른 재림교인들을 돕자’고 의기투합했어요. 그게 ‘종교자유와 기회평등을 위한 모임’이 결성된 배경입니다”
이 단체는 이후 관련 자료를 계속 축적하고, ‘안식일과 각종 국가시험을 위한 포럼’을 여는 등 여론을 환기시켰다. 또 사회적으로는 전방위적 탄원운동을 펼치며 치과전공의 시험일자 변경, 물리치료사 시험일자 변경 등 곳곳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물론 지금도 계속 투쟁하는 분야가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얼마 전부터는 대학 내에서의 안식일 시험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대학의 학칙을 해석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던 차에 한지만 군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솔직히 일을 크게 벌이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닙니다. 할 수 있는 한 상대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며 해결하는 게 지혜롭습니다. 그러나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지만 군의 이번 사건이 그렇습니다. 재판은 정말 불가피한 최후의 선택이었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이건 하나님의 승리”라고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가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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