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늘은 내가 大使’ 한삼고 모의유엔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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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8.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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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 등 국제이슈 토의하며, 차세대 글로벌 리더 역량 함양
약속한 시간이 되자 검정정장을 차려 입은 학생들이 나란히 자리에 앉는다. 그들 앞에 의장과 부의장 명패가 붙었다. 교탁에는 유엔기가 내걸렸다.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학생들은 미리 준비된 맞은 편 좌석에 앉았다. 각국의 대사들이다.
한국삼육고등학교(교장 박명석)가 개최한 모의유엔캠프(Sahmyook Model Unlted Nations) 현장이다.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국제 이슈에 대한 여러 국가의 입장을 찾아 정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함으로써 글로벌 역량을 기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준비한 행사다.
77명의 학생이 참가신청을 했다. 고등학생뿐 아니라 앳된 초등학생도 눈에 띈다. 위원회는 중등부(초등 6~중 3)와 고등부(고 1~고 3)로 나뉘어 진행했다. 각각 한국어반과 영어반으로 회의언어를 구별했다. 영어반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의제도 달랐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로 꾸민 중등부 한국어반은 ‘불법 반출 및 도난 문화재의 소유권과 반환 여부에 대한 범국가적 논의’를 의제로 회의를 열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로 만난 중등부 영어반은 ‘Assessing the current solutions to Syria refugees and measuring further possible solutions’(시리아 난민 지원책 평가 및 추가 지원방안 논의)라는 의제로 소집했다.
고등부 한국어반은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 위원회를 조직했다. ‘제3세계 산업개발을 위한 범국가적 논의’가 의제였다. 영어반은 세계보건기구(WHO)로 꾸렸다. 의제는 WHO가 10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Inhibiting antibiotic resistance by combating the indiscriminate misuse and abuse of drugs’(약물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문제해결을 위한 규제 방안 논의)였다.
캠프는 이날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첫날엔 개회식과 위원회별 회의를 진행했고, 이튿날에는 위원회별 회의와 결의안 작성 작업이 이어졌다. 마지막 날에는 결의안을 완성하는 것으로 폐회했다. 앞서 17일에는 pre – MUN을 통해 ‘개인 편의’ ‘절차’ ‘문의’ ‘규정 유예’ ‘비중재 회의’ ‘중재 회의’ 등 회의법상 우선순위에 대한 사항과 발의 절차 등을 익히기도 했다.
pre – MUN은 의회가 처음인 입문자들을 위한 일종의 사전교육. 실제 회의 상황 시뮬레이션과 함께 발의, 기조연설 등 복잡한 회의규칙을 알기 쉽게 설명해 참가자들이 좀 더 자신감 있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순서다. 모의의회는 일반 토론대회에 비해 용어나 방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이런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
실제로 pre – MUN을 마친 후에는 모든 순서를 학생들이 주도했다. 의장, 국가 배정 및 대사역, 스텝 등 대부분의 역할을 학생들이 맡았다. 교사는 개입을 최소화했다. 소식을 듣고 인근 학교에서 참관을 희망해 몇몇 학생과 교사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그만큼 관심이 높았다.
독일, 터키,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 등 각국의 대사가 된 학생들은 마치 실제처럼 진지했다. 의제에 따라 미리 준비해온 발제 내용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의장이 국가를 지목하면 명패를 들고 “Present”라고 발언하는 등 형식을 제대로 갖췄다. 발언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엄격하게 준수했다. 단순히 모의의회에 그치지 않고, ‘국제회의답게’ 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의제에 따라 각국의 입장을 밝히고, 설득하는 과정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중등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한국반에 ‘프랑스대사’로 참여한 강윤아 양(한국삼육중 1)은 ‘불법 반출 및 도난 문화재의 소유권과 반환 여부에 대한 범국가적 논의’에 관한 토의에서 “현재 원래 국가가 아닌 곳에 있는 문화재는 대부분 현행법과는 맞지 않는 방법으로 약탈된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강 양은 “약탈 문화재를 계속 갖고 있는 것도 식민주의의 연장”이라며 “문화재를 절대 돌려주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한 나라의 문화재는 주변국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므로 전체 인류의 자산’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런 주장은 어떤 특정 문화의 고대 자산을 자기 나라로 편입시키려는 식민주의적 주장”이라고 일갈했다.
중등부 유엔인권이사회(UNHRC) 영어반에 ‘러시아대사’로 참석한 최윤서 양(한국삼육중 1)은 ‘시리아 난민 지원책 평가 및 추가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러시아는 2015년 9월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의 부탁으로 시리아전에 진입해 결정적으로 전쟁의 흐름을 돌려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 후 시리아의 이웃국가와 수백만의 난민을 돌려주고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의 재건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국제 기부자들에게 전쟁으로 찢어진 시리아의 재건을 지원하고, 난민들의 귀국을 촉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 학생들은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같은 사안이라도 저마다의 입장과 해석이 달라 다양성과 함께 균형적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회의용어나 절차, 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어 좋다. 교재도 직접 제작해 볼 수 있어 유익했다.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각 위원회를 참관한 교사들은 “학생들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단순히 외국어구사 능력이 뛰어난 것뿐 아니라, 의제선정이나 발언의 깊이가 달랐다. 그 중 몇몇 학생들은 뛰어난 습득력을 보여 눈에 띄었다. 매우 인상적인 교육과정이었다. 멋있고 감동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 같은 모의유엔의회는 뛰어난 교육효과로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등 유명 대학에서 개최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주요 대회에서 입상하면 미국 유엔본부를 방문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기도 한다.
삼육학교 중에서는 2012년 영남삼육중.고에서 제일 먼저 시작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서울삼육중에서도 개최했다. 한국삼육고에서는 평소 국제화 교육에 관심이 많은 박명석 교장이 올해 부임하며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했다.
한국삼육고는 추후 주변 학교들과 조인해 교류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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