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교회 학생반이 앞치마를 두른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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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03.0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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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 향한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에 보답하고자...”
설교예배를 마치고 모인 식당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근사한 식사가 차려졌다.
잡채, 오색전, 겉절이, 달걀말이, 참나물무침, 김밥, 떡볶이, 만두, 꼬마버거 등 보기만 해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다. 여기에 수박이며 멜론이며 사과와 배, 딸기를 한껏 곁들인 과일 플레이팅과 체리로 포인트를 준 복숭아디저트까지. 고급 호텔 뷔페 부럽지 않다. 언뜻 보기에 어느 집 잔칫날인가 싶다.
그런데, 이날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주걱을 잡은 건 다름 아닌 학생반 친구들. 10여명 남짓한 중고등부 챌린저가 이 모든 걸 준비했다.
또래 아이들이 설거지를 하는 건 여느 교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지만, 식사를 준비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 더구나 예산교회 학생반이 식사당번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이미 ‘경력’이 있다.
“오메! 이게 웬일이랴~ 이 많은 음식을 니들이 다 했다구? 욕 봤네”
“이젠 시집 장가 보내도 되것네. 잘 먹을게. 고마워~”
손뼉을 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면서도, 접시에 한가득 음식을 떠 담는 어른들의 입가에 절로 웃음이 피어난다. 어느 것부터 손이 가야 할지 모를 정도다. 자신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하다.
이 교회 학생들이 손수 안식일 점심식사를 준비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있다.
대개의 식사는 어른들 입맛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기 마련.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메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예산교회 학생반은 아예 어른은 물론, 자신들의 입맛까지 고려한 음식을 직접 준비해보기로 했다. 여기에는 매주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집사님들의 고충을 한 주만이라도 덜어드리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 같은 이런 시도를 감행(?)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들을 믿고 지지해주는 민삼홍 목사 부부가 있었다. 게다가 대학에서 호텔조리를 전공하는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부터 친구를 따라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그는 자신의 요리를 함께 나눠먹으면서 어느새 ‘학생반 쉐프’로 인정받게 됐다. 그리고 다같이 힘을 모으면 안식일 점심식사도 도전해 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찮았다. 막상 100인분이 넘는 식사를 준비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전혀 해 본 적 없는 학생들로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유은희 사모에게 SOS를 보냈다. 그렇게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선정하고, 요리품목과 식재료를 준비한 후 각자 할 일을 분담해 추진했다. 그러나 늘 엄마가 챙겨주는 밥만 먹던 아이들로서는 이마저도 더디고 쉽지 않아 밤새 준비해야 했다.
인터넷을 뒤져 레시피를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금요일 밤에는 교회에서 합숙하며 음식을 준비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차린 밥상을 마주하는 성도들은 하나같이 귀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라며 즐거운 런치타임을 가졌다.
장로님과 집사님들은 “마음 한켠에서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잘할까’ 걱정과 조바심이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거하게 차린 음식을 보니 기특하고 대견하다. 특급호텔보다 더 맛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점심식사 준비하는 게 만만찮은 일인데, 수고하는 여집사님들의 고충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준비했느냐”며 “덕분에 식사당번이 한 주 더 미뤄지게 됐다”고 고마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예산교회 학생들의 이번 활동 이면에는 또 하나의 숨겨진 일화가 있다.
식사봉사에 앞선 2월 7일 금요일이었다. 이날 저녁예배는 학생정상회로 진행했다. 활동보고에서 학생들은 각종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봤다. 오카리나, 기타, 플루트 등 악기연주로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했다. 남성사중창은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특별무대였다. 간증은 듣는 이들에게 먹먹한 감동을 선사했고, 성극은 정상회의 하이라이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짧은 기간 동안 다채롭게 준비한 순서를 지켜본 40여명의 성도들은 큰 은혜를 받았다. 학생반 고문 장로는 50여 년 전, 자신의 교회 청년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집회를 마치면서 성도들은 학생반 선교자금 마련을 위한 헌금을 했다. 그 자리에서 200만원이 훌쩍 넘는 자금이 모아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액수에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자신들을 향한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에 힘이 솟았다. 그래서 감동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어른들에게 보답하기로 하고, 안식일 점심식사를 대접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뒤에서 이들의 활동을 지켜본 유은희 사모는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힘든 내색을 짓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했다. 비록 밤잠을 반납하고 새벽까지 음식을 준비하며 수고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모든 성도들에게 풍성한 안식일의 기쁨을 선물했다. 잊지 못할 매우 뜻 깊은 역사를 쓴 것”이라고 칭찬했다.
민삼홍 목사는 “사회적으로 초고령화의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농어촌은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의 웃음소리를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는 새벽이슬 같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고 있다. 교회를 사랑하는 학생과 청년들의 신선한 부흥의 물결이 성령의 바람을 타고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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