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1가구가 폭우피해 입은 감곡 원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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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08.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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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에 휩쓸린 과수원 ... 낙과 등으로 3억6000여만원 피해
지난 13일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농가에서 마주한 모습이다. 이 지역은 특산물 ‘햇사레 복숭아’로 유명한 고장. 그 중 감곡 복숭아는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할 뿐 아니라 부드러운 과육질로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오랜 장마와 갑작스런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원사랑교회(담임목사 연규인)에 출석하는 성도들의 피해가 컸다. 30여 가구 중 무려 11가구에서 낙과와 과수 및 시설물 훼손 등으로 3억6000만원(합회 추산)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모두 복숭아 재배 농가다. 황도, 천중도 등 한창 수확기인 과일이 거센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피해규모가 더 늘고 있어 걱정이다.
연규인 목사는 “우리 교회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오랜 선교역사를 지녔다. 85년 전부터 터를 잡고 복음의 등불을 밝혀왔다. 성도들이 평생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면서 지역사회와 이웃에게 세 천사의 기별을 전해왔다. 말씀 안에서 헌신해 온 분들이 엄청난 피해를 겪고 있다. 복숭아 재배가 주 수입원인데,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안타까워하며 빠른 복구와 회복을 위해 전국의 성도들이 기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음성군에는 열흘간 평균 450㎜가 넘는 비가 내리부었다. 지난 2일 단 하루 동안 무려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주택과 농경지, 축사 등이 침수되고, 제방과 도로, 교량이 끊겼다. 인근 주천저수지가 만수위에 도달해 한때 이 일대 700여명의 주민에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연 목사는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 때문에 안 그래도 과일재배 농가의 피해가 컸다. 지난주에는 앞이 안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바람까지 불어 피해가 더 막심했다. 이 시기의 복숭아 대부분이 무른 품종이어서 비에 취약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다.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세환 장로(세영농원)는 마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 중 한 명이다. 7000여 평 재배면적 중에서 절반 가까이 과일이 떨어졌다. 어떤 나무에서는 하나도 따지 못하고, 그대로 다 버렸다. 재산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주 장로는 “하룻밤 사이에도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마치 양동이로 쏟아 붓는 거 같았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40년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지금은 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 복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성한 과일을 골라서 급히 따고 있다.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냐”고 심경을 전했다.
맞은편에서 ‘근면농원’을 운영하는 김서범 장로도 마찬가지다. 김 장로는 특히 과수원 옆으로 난 배수로가 넘치고, 둑이 무너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5000여 평의 농장과 논밭이 물에 잠겼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엔 아직도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10년 이상 정성껏 키운 나무는 가지가 부러진 채 고꾸라져 있고, 땅바닥을 나뒹구는 낙과는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깎이고 패인 제방은 당시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짐작케 한다.
김 장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비가 밤낮 퍼부었다. 밭이고 농장이고 물에 붕 떴다. 반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처음 겪는 일이다. 소형 포크레인을 동원해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나마 남아 있는 성한 과일을 속아내느라 복구는 손도 못 대고 있다. 할 일이 태산”이라고 혀를 찼다.
김 장로는 자신도 큰 피해를 입었으면서 “우리 농장 옆에서 둑이 터졌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 많은 물이 다른 사람들 경작지로 가서 더 큰 피해가 일어났을 것”이라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기자가 ‘마음이 얼마나 아프냐’고 묻자 “살다보면 맑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는 거 아니냐. 괜찮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이곳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배영환 장로와 노정숙 집사도 근심어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새기는 마음으로 농장이름을 ‘육일농원’으로 지은 이들이다. 보름이상 비가 내리며 7000평 규모 과수원에서 피해를 봤다.
노 집사는 “3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며 이런 적이 없었다. ‘내일이면 그치겠지’하고 생각해도 비가 계속 왔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이 제철이라 한 번 따기 시작하면 몇 번은 따야 하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절반 밖에 수확을 못할 거 같다. 특히 잘 익은 성과들이 떨어져서 속상하다. 인건비는커녕 자재비도 안 나오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비가 한두 시간만 더 쏟아졌으면 더 큰 물난리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나마 다른 곳에서는 인명피해도 많이 났는데, 우리는 건강하게 살아남은 것만 해도 감사한 일 아니냐. 기가 차지만, 피해를 당한 거야 어쩔 수 없다. 하나님께 다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서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복숭아는 다른 과수작물과 달라 낙과나 흠과를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세환 장로는 “특성상 보관이 안 된다. 오래 두고 묵힐 수가 없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이틀 내에 처분해야 한다. 오염이 되면 금세 썩는다. 그나마도 물량이 얼마 없다. 마음이 아프고 아까워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낙과를 사 주거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겠나’라고 묻는 기자에게 김서범 장로는 “낙과는 팔 수도 없고, 팔아서도 안 된다. 그저 시간과 형편이 되시면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농장에서 갓 수확한 과일 맛있게 드시고, 재림성도로서 서로 인사나 하면 그게 돕는 것이다. 우리 외에도 피해를 본 재림농민이 전국에 많다.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면서 다른 이들을 먼저 걱정했다.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는 14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왔다. “더 이상 비가 안 와야 그나마 남은 물량이라도 작업을 할 수 있을 텐데...”라며 걱정하던 노정숙 집사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젠 제발 비를 그치게 해 달라’는 기도가 절로 새어나왔다. 잔뜩 찌푸린 하늘의 잿빛구름을 바라보며 ‘오더라도 별 피해 없이 그냥 지나가게 해 달라’는 바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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