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우에 푸드트럭 침수된 김영순 집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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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08.27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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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도 안돼 생계 막막 ... “고난도 축복으로 여기는 믿음 배워”
하동읍과 구례 구간의 중간 지점인 악양면에 위치한 평사리공원은 조선시대 축성한 고소성과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최참판댁 등 주변에 관광명소가 있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잦았다. 공원에서 유일한 푸드트럭이자 김 집사 부부의 친절과 손맛이 더해져 한창 인기를 모으던 때다.
그러나 이달 초 쏟아진 폭우와 섬진강의 범람으로 공원에 세워뒀던 푸드트럭이 침수되며 약 35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냉장고와 부속품, 상품 등이 모두 소실돼 실제 피해액은 5000만원 가깝다. 장사를 시작한지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던 당시에도 평사리공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새하얗던 백사장은 발을 제대로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진흙이 잔디밭까지 밀려 내려와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를 걷어내는 인부들의 바쁜 손놀림과 흙먼지를 일으키며 어디론가 오가는 작업차량이 이곳이 피해복구 지역임을 알게 했다.
하동 일대에는 7일과 8일 이틀 사이 3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은 섬진강댐과 주암댐이 갑자기 대량의 물을 방류한데다 만조가 겹치며 섬진강이 범람해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섬진강 수해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는 현수막이 시가지 곳곳에 나부꼈다. 김 집사도 같은 생각이다.
“하동에 2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아무리 지리산 계곡물이 넘치고, 비가 많이 와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날도 금요일 밤부터 비가 쏟아져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원에 갔었어요. 그때만 해도 빗물이 심각할 정도로 고이지는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안심했죠. 그런데 다음날 아침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어요. 관리사무소가 물에 잠겼다는 거예요”
김 집사의 목소리가 잠시 파르르 떨렸다. 거센 빗물에 떠밀려 황토색 웅덩이에 곤두박질쳐져 있는 핸드폰 속 사진의 푸드트럭을 보자 그의 심정이 어떠할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이것이 푸드트럭인지 한참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었다. 내부에 장착했을 집기류와 물건이 어떻게 됐을지는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피해 발생 후 어떻게든 푸드트럭을 고쳐보려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정리를 하면 할수록 깊은 한숨만 나왔다. 골이 지끈거릴 정도의 악취를 참아가며 밀려든 토사를 퍼내고, 오폐물을 씻어냈다. 각종 재료는 그대로 쓰레기가 돼 버렸고, 기계는 모두 망가졌다. 이중으로 만든 유리에도 미세한 모래와 흙탕물이 끼어 쓸 수 없게 됐다. 나사를 하나하나 다 풀어 정밀하게 소독을 하고, 재조립했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열쇠도 고장 나 작동되지 않았다. 엔진이 물에 잠긴 자동차는 폐차를 해야 할 형편이다. AS나 수리도 여의치 않다.
더 큰 문제는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 푸드트럭은 약관상 트레일러에 포함돼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다. 그래서 법적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세 식구의 생계수단이 하루아침에 ‘고철’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 김 집사는 “솔직히 암담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언제쯤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같은 교회 성도들도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한 동료 여집사는 “직접 가서 보니 손해가 막심하더라. 물건이 많고 적음을 떠나 푸드트럭은 특성상 그 자체가 사업장이다. 수 천 만원이 송두리째 날아간 셈이다. 차에 들어찬 진흙을 일일이 손으로 퍼 나를 때, 이들 가족의 심정이 어땠겠나”라며 속상해했다.
그러나 김 집사는 다시 힘을 낸다.
“처음엔 정신적 충격도 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경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동안 이런 일을 겪었던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여태 수해나 재해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인 줄만 알고, 그런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다가 이제야 깨닫게 됐네요. 그래서 요즘은 ‘하나님, 이런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합니다”
그는 그나마 건강을 잃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긍정했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타인의 아픔’과 그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을 배우게 된 것 같아 소중하다. 그래서 한편으론 오히려 이런 고난도 축복으로 여기는 믿음을 갖기로 했다.
김 집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그동안 함께 걱정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요얼마간 ‘내가 아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안부전화를 엄청 많이 받았어요. 저마다 자기 일처럼 염려하며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하나님 의지하며 열심히 살아야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폭우 피해를 입었고,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이를 슬기롭게 감당하는 하늘의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세상에 범람한 죽음과 파괴의 강물을 이제는 생명과 회복의 강물로 신원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다시 주어졌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또 다른 목적이자 진정한 사랑의 실현이 아닐까 여겨졌다.
#폭우피해 #고난도축복으로여기는믿음 #김영순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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