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익이 목적 아닌 장터? 동중한 ‘플리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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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100장에 1000원이요~ 이거 안 사고 그냥 집에 가시면 이따 밤에 생각나서 후회합니다”
“어린이용 자전거가 단돈 3000원이요~ 비 오는 날에도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로잉머신은 5000원~ 싸다 싸~”
“맛있는 호박죽 있어요~ 녹두전, 도토리묵도 드셔보세요~ 수익금은 전액 해외선교 자금으로 후원합니다”
천막 앞으로 지나는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가 떠들썩하다. 왁자지껄 마치 시골장터 같은 분위기다.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수은주가 뚝 떨어지며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아침부터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심술궂은 날씨지만, 파는 이나 사는 이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수익이 목적이 아닌, 나눔이 목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누리를 남기지 않아도 행복하고, 웃돈을 줘도 즐겁다.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동중한합회 보건복지부(부장 함민호)가 삼육지역사회봉사회(회장 서행춘)와 공동으로 올해 처음 마련한 플리마켓 모습이다. 플리마켓은 안 쓰는 물건을 공원 등에 가지고 나와 매매나 교환 등을 하는 시민운동의 일종. ‘벼룩시장’을 의미하는 ‘flea market’이 어원이다.
지난 5일 한국연합회 주차장 일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본부교회, 청량리교회, 서울동부교회, 서하남교회 등 합회 각 지역에서 31개 교회가 참여해 40개 부스를 설치했다. 의류, 잡화를 비롯해 비건식 김치, 통밀빵과 과자, 현미가래떡, 견과와플 등 먹거리가 푸짐하게 차려졌다. 호떡, 떡볶이, 슬러시 등 간식도 군침을 삼키게 했다. 준비해온 재료가 일찌감치 동날 만큼 인기가 좋았다.
교문리교회는 한 남성복 전문 브랜드에서 후원받은 옷가지를 염가에 내놨다. 강원 양구 고랭지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사과도 반가웠다. 멀리 호남합회 광양 다압교회에 다니는 방선호 장로는 단감을 갖고 올라왔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다니는 새문교회에서는 ‘중국인이 만든 만두’라는 팻말을 써 붙였다.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린다. 오후에는 비전센터 앞에서 ‘깜짝’ 공연을 펼쳤다. 그 자체로 버스킹이었다. 한국과 중국 청년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찬양은 화합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수익금은 대부분 둔내교회(담임목사 정진석)가 운영하는 ‘하늘꿈 공작소’ 후원금으로 기탁됐다. 이외 각 교회의 도르가 자금이나 이웃사랑실천운동기금 그리고 목적사업에 따라 사용하기로 했다. 하남중앙교회는 이익의 전부를 파키스탄 선교 후원금으로 쾌척했다. 구리해오름교회와 동성비전클럽은 해외봉사대 자금으로 채워넣었다.
구도자와 이웃과의 접촉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둔내지역 주민들이 이 행사를 위해 일부러 서울을 찾아 현장을 방문했고,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도 현수막과 포스터를 보고 들어와 나눔활동에 동참했다. 둔내교회는 함께 온 이들이 머잖아 재림교인으로 교단 본부를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부진 전도의지를 내보였다.
다른 합회와 달리 ‘도-농 한마당’ 같은 연례행사가 없는 동중한합회 입장에서는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회 보건복지부장 함민호 목사는 “각 교회가 성도들로부터 다양한 물품을 후원받아 오셨다. 바자회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기회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이처럼 연합 플리마켓을 열어주어 고맙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플리마켓을 매년 정례화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 제1회 플리마켓 ... 왜?
동중한합회가 이 같은 행사를 기획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 배경은 이렇다.
동중한 삼육지역사회봉사회는 얼마 전, 둔내교회가 운영하는 ‘하늘꿈 공작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진석 목사가 지역의 불우 청소년과 함께 생활하는 기숙시설이다. 정 목사는 지난해 4월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4명의 중학생을 직접 거둬 25평 월세 아파트에서 돌보고 있다. 생활공간뿐 아니라 필요한 시설과 비용까지 제공한다. 아내도 매일 식사를 준비하는 등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잘 성장하고 있다. 교회에서 여러 일을 도우며 장차 훌륭한 재림성도가 되기 위한 신앙과 인성교육을 받고 있다. 소식이 알려지며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매우 귀한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정 목사와 교회는 바람이 있다. 내년에 이 아이들을 모두 동성고등공민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은 것이다. 교회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기숙사비를 포함해 매달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약 70만 원에 달한다. 작은 시골 교회에서 4명의 학생 교육비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 마침 삼육지역사회봉사회는 이를 돕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합회와 함께 이같은 플리마켓을 열기로 했다.
주최 측은 둔내교회 ‘하늘꿈 공작소’의 사연을 교회 안팎으로 좀 더 널리 알리고,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고맙게도 취지에 공감한 교회와 성도들의 후원이 이어졌다. 교문리교회를 비롯한 몇몇 교회는 판매 수익금 전액을 내놨다. 많은 교회에서도 일부를 지원했다.
함민호 목사는 “뜻을 모아주신 모든 교회와 봉사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하늘꿈 공작소’를 돕기 원하는 교회와 단체, 성도가 계시면 관심을 갖고 적극 지원해 주시길 기대한다. 이 일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길 바란다. 도움 주신 모든 분에게 하늘의 은혜와 축복이 임하시길 축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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