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대표회장 막말 논란 ‘교계는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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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6.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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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정치적 선동 발언에 ‘안티기독교’ 가속화” 염려 커져
전광훈 목사는 이 자리에서 “올 연말까지 문재인이 스스로 (청와대를)걸어 나오든지 그래서 박근혜하고 감방을 교대하라”며 대통령 하야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이것은 사람의 명령임과 동시에 주님의 명령”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 대통령의 하야를 청원하고 올 연말까지 1000만 명 이상의 동참을 이끌어내겠다. 촛불보다 1명이라도 더 모이면 (문 대통령은)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항의하는 한 목회자는 현장에서 머리를 잡혀 끌려 나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은 앞선 5일엔 “나라와 교회를 주사파로부터 건져내자”며 △문재인 대통령 하야 △4년 중임제 개헌 △내년 총선서 대통령 선거 및 개헌헌법선거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지난해 연말 한 목회자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청와대로 진격해야 한다”고 말해 한 시민단체로부터 내란선동 및 내란음모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 같은 전 목사의 비뚤어진 정치편향적 행보에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그의 과거 망언 전력을 들춰내며 ‘괴물 목사’라고 부른다. 자신은 “기독교계, 특히 목회자들의 90% 이상이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미 그와 한기총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교단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선을 넘은 그의 막말에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며 현실정치에 뛰어든 개신교 정당인 기독당마저 고개를 가로 젓는 모습이다. 기독당은 지난 6일 “한기총회장 전광훈 목사의 망언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전 목사의 즉각 사퇴와 한기총 소속 단체 및 교단, 교회, 대의원 등 회원들의 제명을 촉구했다.
기독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하야 운운하는 것은 합리성과 객관성,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의 선택권 등을 부정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목사직분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인격과 품위에 상당한 문제가 있기에 전광훈 목사 소속 교단은 제명과 동시에 목사직 또한 박탈할 것”을 주문했다.
문제는 전광훈 목사의 과격 발언이 한 개인이나 단체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독교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교계에서는 “문제가 있는 발언으로 기독교 자체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 종교계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과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정치적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냄으로써 자칫 일반인에게 기독교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기사에는 “저런 사람을 지도자라고 떠받드는 추종자들은 무엇인가” “설교 때 해괴한 말을 뱉어도, 그 앞에서 예수님을 쳐다보는 눈으로 ‘아멘’ ‘아멘’하는 신자들이 있는 한, 증세가 점점 심해질 것” “고난 받고 소외받는 자를 인도하는 목자라기보다는, 물욕에 찌든 모습” “기독교 신자들이 불쌍할 따름”이라는 등 비판적 댓글이 줄을 잇는다. “개독”이라는 기독교 혐오발언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전 대표회장이 개인적 판단으로 현 대통령을 ‘종북 주사파 정권’으로 임의 주장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많은 교회를 상대로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와대 앞 릴레이 단식기도회를 빗대 “순교를 각오한다더니, 저녁 한 끼 굶고 끝난 쇼”라는 비아냥도 들려왔다.
안 그래도 젊은 층 사이에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계 인사의 무책임한 선동 발언으로 인해 선교에 악영향이 발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염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종교가 국민통합은커녕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는 비판이 무리가 아니다.
극단적 정치이념 단체로 변질된 한기총의 그릇된 행태로 인해 기독교 전체에 대한 신뢰가 깨질까 걱정을 사고 있다. 근래 거세지고 있는 ‘안티 기독교’ 움직임에 더욱 힘을 실으며 한국 사회의 반기독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실망이 불길을 타고 혐오로 번질 위험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는 “한국 교회는 오욕(汚辱)의 멍에를 계속 짊어져야 하고, 공평과 정의의 실현은커녕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기윤실 윤신일 간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위치에 있을수록 정치적인 중립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기총은 편향적인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하면서 정치세력화가 가속화 됐다. 이런 식의 수준 낮은 행동은 한국 교회가 쌓아온 명예를 훼손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예수의 정신 실천은 차치하고라도,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한기총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새겨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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